2011년 12월 4일 일요일

배 터지게 먹고... 하루 410억원 날리고...


“배불러 죽겠다.” “배가 터질 것 같다” 하는 말은 음식점에서는 흔히 듣는 말이다. 배불러 죽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련하게 먹는 동물은 오직 인간 밖에 없다. 인간을 제외한 야생동물들은 적당히 취하면 더 이상 먹지 않는다.

배불러 죽겠다며 먹은 과포화상태는 바로 비만으로 연결된다. 비만은 모든 질병의 원인이다. 에너지를 쓸 만큼만 먹으면 되는 것을 혀가 말을 듣지 않는다. 혀에 길들여진 맛이 음식을 자꾸 먹으라고 유혹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결과가 비만이고 질병이다.
야생동물들은 요리를 하지 않는다. 인간만이 요리를 한다. 각종 식품첨가물을 개발해서 어떻게든 혀를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바로 요리이다. 요리가 있기 때문에 배불러 죽겠다고 할 정도로 먹는다.
요리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음식도 비싸면 배 터지게 먹는다. 한우나 회를 먹을 때면 많은 사람들이 소화제를 사 먹는 한이 있더라도 입 속에 집어넣는다.
배에다 저축하듯이(하긴 배에다 지방으로 저축하긴 한다.) 먹은 음식이 자신의 건강을 망치고, 가족의 근심으로 자리 잡고, 의료행위 등 사회적 손실로 돌아온다. 먹는 양을 적당히 해야 한다. 먹는 양을 적당히 하는 것과 남겨져 버려지는 음식물 줄이기는 한 쌍이다.
적당히 먹더라도 먹고 버려지는 음식물을 만든다면 이빨 빠진 실천에 불과하다. 남겨 버려지는 음식물까지 줄이는 것과 함께 해야 어처구니가 맞는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가 무려 만 5천여톤, 8톤 대형 트럭 1400대에 담기는 양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41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배터지게 먹는데도 불구하고 음식이 남아서 무려 410억 원이나 되는 혈세가 낭비되는 것이다. 게다가 음식물 쓰레기의 71%가 가정에서 배출되는 것이라고 한다.
음식점은 적당한 양으로 주면 손님들 떨어질까 봐 푸짐하게 주는 것을 마케팅차원에서 한다고 해도 가정에서 발생되는 남는 음식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일부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2012년까지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내가 버린 음식물쓰레기 양만큼 세금을 더 내야 된다는 말인데. 이렇게 해서라도 음식물쓰레기를 줄여야 되는 지금의 심각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넉넉한 식탁, 풍성함보다는 절제된 식사습관으로 바꾸는 작은 일에서부터 그 해답을 찾아봐야한다.
음식물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수분 같은 경우에는 BOD가 높은 고농도 폐수이다. 아직도 해양배출이라든지 수도권매립지 하수처리장으로 위탁처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음식물쓰레기를 그냥 매립하거나 소각할 경우에는 대기오염 및 토양, 지하수 오염을 유발시킬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재활용처리비용만 1년에 무려 7700억 원이다. 우리가 내는 세금이 쓰레기처리비용으로 지출되는 것이다.
적당히 먹으려면 음식을 만드는 과정부터 달라진다. 남겨서 버려지지 않게 양을 준비하면 된다. 의지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버려지는 소량의 음식물은 재활용하면 된다.
서울시 양천구에서는 지렁이를 사육해서 가정에 분양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신정동 아파트 내에 지렁이 사육장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아파트 내 음식물쓰레기도 처리하고 주민들의 의식교육도 되는 식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가정에 분양하여 주는 지렁이는 음식물도 자체 처리하고, 지렁이가 만든 분변토는 화초에 줘서 비료대신 영양분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어 일석이조라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은 지렁이가 배설해 놓은 분변토는 일반 토양과 비교해 탄소 질소와 같은 성분이 월등히 높아 질 좋은 퇴비로 사용된다.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친환경 퇴비도 공짜로 얻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지렁이 1000마리가 하루에 먹는 음식물 쓰레기 양은 무려 11KG나 된다니 시흥시에서도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밖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음식물 감량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양주시는 주부 및 학생을 대상으로 2011년 음식문화개선을 위한 남은 음식 줄이기 체험수기 공모전을 실시했다. 부상으로 총 195만원상당의 상품권도 지급했다.
대전 동구는 2012년 ‘음식물류 폐기물 수거 수수료 종량제’ 전면 시행에 앞서, 제도 도입에 따른 주민 혼란 방지를 위한 주민설명회 실시에 나서기도 했다.
연천군은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T/F팀 운영과 음식물류 폐기물 20% 감량 목표설정,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홍보물 제작 배부 등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적극 전개하며 지역 내 음식점과 협약을 맺어 감량 목표를 실천하고 있다.
시흥시도 적당히 먹기, 음식물 쓰레기 제로화 작전을 전개해야 한다. 시에서 앞장서고 마을별 주민단체와 각 기관, 시민사회단체를 망라한 캠페인을 비롯해 지속적이고 짜임새 있는 운영체계를 갖춰야한다. ‘음식 적당히 먹기, 음식물 쓰레기 제로화 운동’은 우리 몸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일이다.
적당히 먹는 것과 버려지는 음식량 줄이기는 이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전 지구적 화두이다. 세계 인구 중 하루 1000원 미만으로 사는 사람이 무려 2억 5천만이나 된다. 이 사람들은 “배가 터지겠다.”란 의미를 죽을 때까지 모를 것이다. “배불러 죽겠다”는 말이 쏙 들어갈 대목이 아닌가. 안만홍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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