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4일 월요일

꾸리찌바를 통해 시흥을 보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열린 지구환경정상회의는 브라질의 한 도시를 세계에 널리 알려 준 계기가 되었다.
브라질 남부 상파울로 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350㎞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꾸리찌바시는 30년에 걸친 도시계획을 기본으로 재활용사업과 교통정책에 있어서 제3세계 가운데 환경정책이 가장 발전한 도시이기도하다.

‘꾸리찌바’ 하면 이 도시를 세계가 주목하고 유엔에서 환경도시 상을 수상하게 만든 주역인 자이메 레르네르 전 시장이 떠오른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것을 명실공히 깨닫게 하는 레르네르 전 시장은 못살고 지저분한 도시를 세계에서 통하는 환경도시로 만들었다.
우리나라가 한참 공해 주도 굴뚝 산업을 부흥시킬 즈음인 1971년부터 연거푸 세 번 시장 직을 수행하면서 1992년 지구환경정상회의를 통해 꾸리찌바 란 도시를 세계 모범 환경도시로 내 보인 것이다. 레르네르 시장은 학생시절 만든 ‘도시계획모임’를 발전시켜 꾸리찌바의 도시계획입안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꾸리찌바 도시계획 연구소(IPPUC)’를 공식기관으로 승격시켜 운영했다.
연구소에서 나온 계획들은 곧바로 실행되었고 연구소 정책의 기본은 돈을 들이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살기 편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다. 꾸리찌바 시의 대표적인 모델인 ’녹색교환‘이란 재활용 사업도 그렇고, 시의 버스를 이용하는 도시교통망도 그렇다. 또한 다른 나라보다 한 발 앞서 도심부의 상점가를 보행자 전용도로로 지정한 ’꽃길‘도 이런 실용적 정책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보행자 전용도로 정책은 가게 앞에 차를 대지 못하면 영업이 안 될 것이라는 업주들의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밀어붙여, 화단을 설치하고 보행자 전용도로를 확보한 사업이다. 꽃길 조성 사업 이후 가게 매출이 예전보다 오르자 주민들의 신뢰가 더해진 계기가 되었다. 이후 ‘화단’은 꾸리찌바 환경행정의 기념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레르네르 시장은 도시인구가 급증하자 버스교통망을 이용한 도시계획을 수립한다. 돈 안 들이는 정책의 기본답게 지하철대신 버스만으로 시내의 대중교통을 꾸려가기로 하고 버스노선을 따라서 인구집중지역이 좁고 길게 형성되도록 설계했다.
간선버스노선과 맞닿은 지역은 건폐율을 600%까지 허용하는데 비해, 버스노선에서 떨어져 있는 정도에 따라 저층 건물밖에 허가하지 않는 제도를 도입해 자가용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버스노선에서 먼 지역은 인구가 늘지 않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시책으로 다른 도시에 비해 자가용 교통량을 30%이상 줄이는데 성공했다. 버스도 굴절버스로 예쁘게 디자인하고 2분 간격 배차에 빠르기는 지하철 수준이라고 한다. 서울시에서도 벤치마킹한 바 있는, 지하철에 비해 훨씬 싸고 편리한 교통시스템이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레르네르 시장의 녹색마인드는 도시공원정책을 통해서도 그대로 보여 진다. 인구가 늘자 도시슬럼가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곧 심각한 도시문제로 이어지게 될 것을 예견한 그는 슬럼가가 만들어질 것 같은 공공용지를 미리 공원으로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에 시내의 인구가 늘고 시가지가 넓어지자 처음에는 사람들이 찾지 않던 공원주변이 주택가가 형성되고 공원은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었다. 방치하면 슬럼가가 되었을 곳이 공원화되면서 그 주변에는 고급 주택가가 형성되고 쾌적한 녹색도시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꾸리찌바 시민의 1인당 공원면적은 노르웨이의 오슬로에 이어 세계 두 번째라고 한다.
작은 땅이라도 있으면 서둘러 개발하려고 덤비는 우리의 실정에서 보면 참으로 부러울 일이다. 레르네르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환경마인드가 꾸리찌바를 세계에 자랑하는 환경도시로 키운 것이다.
군자지구 개발 사업을 비롯해 개발 사업으로 들썩이고 있는 시흥시의 현실을 볼 때 레르네르 전 시장의 환경정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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