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8일 일요일

시흥에 바람길을 만들자


시흥시는 지난 10월 2일 토요일 정왕동 옥구공원에서 시민들과 함께 늠내길 제4코스 “바람길” 개장식을 개최하였다.
이번에 개장한 “바람길”이란 길은 옥구공원에서 출발하여 똥섬, 오이도를 지나 맑은물관리센터, 옥구천변, 완충녹지대로 이어지는 이른바 ‘걷는 길’이다. ‘바람길’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가 어찌되었던 간에 문제는 ‘바람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붙인 이름인가 란 점이다.

‘바람길’은 도시계획에서 매우 중요한 척도이다. 도시에서 바람길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되어 조성된 도시는 주민들이 도시열섬효과로 인한 열대야에 시달리고, 대기오염물질이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해 더러운 공기를 마시며 살게 된다.
도시를 계획할 때 바람이 나가고 들어오는 유입구와 출구를 정확하게 측정해서 설계하지 않은 탓이다.
‘바람길’이란 도시기후와 공기 순환을 위해 도시 또는 단지 외곽의 지형, 식생 및 수변공간 등에서 생성된 차가운 바람의 진입이 용이하도록 바람의 유입 및 유출구에 대한 계획을 말한다.
다시 말해 도시 내부의 녹지, 수변공간 등 공기 생성지역과 연계하여 구축한 공간적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녹지 네트워크’, ‘수변네트워크’란 말로 포장되는 용어도 사실은 바람길을 전제한 개념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거환경의 질과 직접 관련된 바람길이 시흥시에서는 늠내길이란 걷는 길이 되었다. 물론 ‘바람길’이란 이름을 널리 알려 ‘바람길’에 대한 중요성을 확장시켜 군자지구 등 새로운 도시 설계 시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노파심인가, 이른바 제대로 된 바람길을 도입하려는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정왕동의 경우를 보면 바람길의 중요성은 매우 절박하게 다가온다. 14만이 넘는 주민이 사는 도시가 정왕동이다.
공단의 악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 덕분에 10년 전에 비해 악취는 다소 누그러지긴 했으나 여전히 새벽에 냄새 때문에 잠이 깨는 주민들이 있다. 악취가 주거단지에 머무는 탓이다.
공단에서 주거단지를 구분 짓는 완충녹지대는 악취를 차단하는 기능이 없다. 단지 외관상 공단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화해 주는 경관 역할을 할 뿐이다.
시화신도시라는 이름이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도시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시화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정왕동이라는 동명으로 불리워지길 원한다. 정왕동 주민들의 정보와 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는 카페 이름도 ‘정왕동 사는 이야기’이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Stuttgart)는 정왕동과 같이 예전에는 공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전형적인 공업도시였다
시정부는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위한 해결책으로 숲과 바람길 도입을 적극 제공하기로 하고는 시 중점사업으로 추진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금의 슈투트가르트(Stuttgart)는 자연적인 공기 정화 구조를 갖추며 청정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독일 지방자치단체가 한 일을 대한민국 시흥에서 못할 일인가.
대전에 들어서는 도안 신도시의 설계를 보면 7블록은 바람길 확보를 통한 개방감 극대화를 위해 각 동을 정남향 일렬배치로 설계했다. 남양주시는 ‘나무심기를 통한 바람길 조성사업’을 주요 도로변 및 하천변, 유휴지 등에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시의 대기개선, 쾌적한 환경개선은 살고 싶은 도시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정왕동을 비롯한 시흥시 전체 주거지를 대상으로 바람길 진단을 해보자. 군자 신도시에도 바람길 계획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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