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9일 수요일

벌레 같은 분(?)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유하거나 타인을 경시하여 표현하는 말로‘이 벌레만도 못한 놈’이란 말을 한다. 이때의 벌레는 하잘것 없는 생물이란 의미를 전제한다. 정말 하잘 것 없을까?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유하거나 타인을 경시하여 표현하는 말로 ‘이 벌레만도 못한 놈’이란 말을 한다.

이때의 벌레는 하잘것 없는 생물이란 의미를 전제한다. 정말 하잘 것 없을까?
숲에 가면 도토리를 열매로 맺는 참나무류를 많이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상수리나무거나 갈참나무인데, 떡갈나무나 신갈나무도 눈에 띈다. 도심 숲에서는 졸참나무나 굴참나무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도토리가 떨어진 곳을 보면 아주 재미있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아주 정교하고 매끄럽게 잘려나간 도토리 열매가 달린 나뭇가지가 그것이다.
잘려진 부위는 정말 깔끔하다. 거친 면이 없다. 매끄러운 면은 마치 정교한 톱으로 자른 것 같다. 필자가 숲해설을 하며 사람들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누가 이렇게 매끄럽게 잘랐을까요?”
대답은 사람마다 가지가지이다. “다람쥐가 잘랐다”.”새가 잘랐다”
사전지식이나 경험이 있지 않고서는 손톱보다 작은 도토리거위벌레의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목이 거위처럼 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거위벌레, 거위벌레의 모성애는 정말 지극하다.
일반적으로 거위벌레는 잎을 잘라서 돌돌 말아 말아놓은 잎 안에다 알을 낳는다. 알이 깨어나서 애벌레가 되면 말아놓은 잎을 먹으며 자라도록 어미의 배려이다. 도토리거위벌레는 도토리 열매에 알을 낳는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벌레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어진다.
다람쥐나 청설모는 썩은 도토리는 안 먹는다. 땅에 떨어져 상한 도토리처럼 보여야 다람쥐나 청설모 ,어치 등 도토리를 먹이로 삼는 동물들이 안 먹는다. 이처럼 도토리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이 바로 도토리에 알을 낳은 거위벌레의 놀라운 전략이다.
거위벌레의 알이 있는 도토리가 그대로 생나뭇가지에 붙어 있다면, 알은 다람쥐 등이 도토리를 수확할 때 같이 먹이가 될 것임을 거위벌레는 알고 있는 것이다.
거위벌레 암컷은 긴 주둥이를 사용해서 열매 표면에 구멍을 뚫고 거기에 알을 낳고 끈끈한 액체로 덮으면서 새끼가 될 알을 보호하기위한 수단으로 충격이 덜하게 나뭇잎을 서너장 달아 살포시 아래로 떨어뜨려 번데기 생활을 잘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땅에 떨어뜨려 썩은 것처럼 보여야 아무도 건들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알은 무사히 애벌레가 되어 도토리를 먹이로 삼아 자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손톱보다 작은 거위벌레의 새끼를 위한 전략이다.
실로 감동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다른 종을 폄하하여 표현하는 것은 이제 삼가해야 하지 않을까?
거위벌레의 모성애가 결코 사람보다 못하지 않다. ‘이 벌레같은 놈’이란 욕보다 ‘벌레같은 분(?)’이란 칭찬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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